전원일기 847회
출연진, 스토리, 배우 신국씨의
기타 전원일기 출연작을 소개합니다.
방영일자 : 1998-02-15
[MBC 전원일기 연출 : 장근수, 극본 : 이해수]
[847회 출연진]
수상한 남자 역 : 신국(1947~2020)
마을로 낯선 한 남자가
두리번 거리며 들어선다.
남자는 응삼에게 다가가
누군가를 찾고 있다고 한다.
그런데 그 사람의 이름도
사는 곳도 몰라
도무지 어떻게 설명해야 할 지
모르겠다고 한다.
그래서 뭐 어쩌란 건지?
응삼은 검은 봉지를 소중히
껴안고 있는 수상한 남자를
위, 아래로 훑어본다.
그러자 남자가
황급히 자리를 뜬다.
한편 빚에 쫓겨 빈 손으로
양촌리에 들어왔던 슬기네가
드디어 땅을 사 감격해한다.
좋은 농부가 되겠다는
굳은 다짐을 한 상태는
일용을 사부님으로 모시고
본격적으로 농사에 대해
배우기 시작한다.
그시각 남자는 산으로 올라가
폐허가 된 낡은 축사로 들어간다.
그리고는 주변에 버려져 있는
볏짚을 모아 그 위에 올라앉는다.
따뜻한 점퍼도 없이
달랑 양복 한 벌 입고 있는 남자는
꽁꽁 언 손에 연신 입김을 불어넣으며
추위를 견디고 있다.
성큼 다가온 봄을 맞이하기 위해
김회장댁에선 묵은지가 담긴
항아리를 씻어내느라 분주하다.
얼마후 소담이 묵은지로 만든
만두 한 접시와 소를 가지고
김회장댁으로 온다.
은심 : "아이구~
또 묵은 김치 너무 많아서
처치 곤란이시구먼~"
요맘때 쯤이면 묵은지가 남아돌아
부침개에 만두에 만두소까지
만들어 김회장네에 인심쓰는 소담이다.
소담은 자신이 손이 커 김치를
많이 담그는 것이 아니라
워낙 자신의 김치가 맛있어
족히 일년 먹을치는 만들어 놔야한다고
말해 다들 웃음이 터진다.
복길네 묵은지를 같이 헤치우느라
해마다 고생중인 은심에게
기어코 만두 하나를 먹이고 마는 소담.
그날 저녁.
하루종일 만두국만 먹느라
복길은 속이 느글거릴 지경이다.
벌써부터 가족들이
질려 할 조짐을 보이자
소담은 묵은지에 유산균이 많아
건강에 좋단다고 말한다.
아무래도 한동안 묵은지 만두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 같다.
잠시후 과식한 탓인지
순길이 배가 아프다며
급히 화장실에 가고 싶어한다.
복길이 순길을 데리고 마루로 나오는데
웬 남자가 후다닥 부엌에서 뛰쳐나와
집 밖으로 도망친다.
놀란 아이들이 울먹이고
뭐라도 도둑맞은 것이 없는지
부엌을 확인해 봤지만
없어진 것 만두국 한 그릇뿐이다.
만두국에 이어 영남의
겨울 점퍼가 사라졌다.
은영이 전날밤 세탁해
널어놓은 점퍼가 아침이 되자
감쪽같이 없어진 것이다.
가족들 그 누구에게 물어봐도
대신 들여놓은 사람은 없었다.
한편 슬기네 땅
개간을 돕고 있던 금동이
영남의 점퍼를 입고 가는
남자를 목격하고
형수에게 알려준다.
순영은 요즘 세상에
남이 입던 옷을 가져가고
음식을 훔쳐가는
사람이 어딨겠냐며
그 사람이 간첩이나
탈옥수가 아닐까 의심한다.
만두국과 영남의 점퍼를
훔쳐간 사람은 바로
어제 마을을 찾은 남자로
이미 차게 식었을 만두국을
허겁지겁 입속으로 밀어넣고 있다.
남자는 식사를 마쳤는지
검은 봉지를 소중히 품고 나와
얼음장처럼 차가울 개울물에
입을 헹군다.
다음날 새벽.
금동, 영남, 수남은
수상한 남자때문에 뒤숭숭해진 동네를
한 바퀴 돌아보기로 한다.
눈에 띄지 않도록
조깅하는 척 하면서.
그시각 남자는 벌써
여러병째 소주를 들이키며
웬 약병을 계속 들여다 보고 있다.
한편 금동 일행은
얼마후 남자의 흔적을 발견한다.
근처에 남자가 있을지
모른다고 생각한 일행은
그를 더 찾아보기로 한다.
그런데 잠시후 어디선가
사람의 울음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하고
세 사람이 그 소리에 귀를 기울인다.
남자는 무엇이 그리도 서러운지
눈물을 펑펑쏟으며 울고 있다.
그러던 중 인기척 소리를 느낀 남자가
놀라 비틀거리며 달아다기 시작한다.
그러나 만취한 상태인 남자는
얼마 도망 못가 넘어지고 만다.
그의 흔적을 따라 오던
금동 일행이 결국 그를 발견해
집으로 데리고 돌아온다.
김회장 방에 눕혀진 남자는
가족들의 보살핌을 받고 있다.
잠시후 힘겹게 눈을 뜨며 깨어난 남자는
말을 하고 싶지만
뜻대로 되지 않아 하는 것 같다.
쓰러지는 순간까지도
꼭 쥐고 있던 약병을 찾는 남자에게
용식은 자신이 치웠다고 말한다.
김회장은 내 집처럼 편안히 있으라며
불안해 보이는 남자를 안심시킨다.
순영 : "그러니까는 죽을려고
약을 먹으려는데 용기가 안나니까
술을 마셨는가 보죠?
아유~ 결국은 약도 못먹고
술만 마셨네~
아우~ 술 냄새가 진동을 하네"
남자가 입었던 영남의 점퍼에
술 냄새가 심하게 배어 있나 보다.
은영 : "사람이 얼마나 힘들면
죽을 생각까지 할 수 있을까~"
남자 : "실은 제가 어르신을 뵐려구
이 마을에 찾아왔습니다."
김회장 : "저를요?"
남자 : "예~ 잘 기억 못하실 겁니다.
하긴 이십여년전에
잠깐 보셨으니까요.
그렇지만 저는 어르신을
다시 뵙는 순간
아~ 이 어르신이구나 하고
금방 알았습니다.
제가 열네살이었을때
장 거리에서 어르신 주머니에
지갑을 훔치다가 잡혔습니다.
그저 먼 발치로만
한 번 뵐려고 했는데
그때 저더러 그러셨죠?
앞으론 성실하게 살라구요.
설렁탕을 사주시고
차비도 주시면서
열심히 살라고 했습니다.
그런데 정직하게 살지 못했습니다.
교도소를 제 집처럼
들락거리며 살았습니다.
바로 며칠전에
교도소에서 나왔습니다.
죽어야지~ 다시 교도소에
들어가면 죽어버리자
그런 생각밖에 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어르신 생각이 났습니다.
그래~ 죽기전에
어르신을 먼 발치에서라도
한 번 뵙고 죽자.
제 일생에 절 진심으로
따뜻하게 대해주신 분은
어르신 한 분 뿐이었거든요.
그래서 이 마을에 찾아왔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죽지를 못하고
다시 어르신 신세를 집니다.
이까짓 버러지만도 못한
목숨 끝는것이
왜 이렇게도 어려운지요.."
남자는 몸을 떨며 울고있다.
김회장 : "저기 어쨌거나
기왕에 오셨으니 내 집이다~
생각하시구 마음을 편히 가져요"
남자 : "죄송합니다"
김회장 : "제가요~
마음이 놓이질 않아서 금방은
다른데로 못 보내드립니다.
그러니 며칠 안정을 취하시고
아무것도 묻지 않고 그럴테니까
그냥 마음 편안히
여기 계시도록 해요"
남자 : "죄송합니다"
잠시후 은영은 아직 속이
불편할 남자를 위해
죽을 끓여 내오고
김회장은 남자가 편히 쉴 수 있도록
할머니 방으로 안내한다.
그날 밤.
은영은 마음이 무거워
한숨만 나온다.
평생 자신을 생각해 준 사람이
김회장 한 사람뿐이라는
남자의 말이 아프게 다가온다.
어두운 방 한 구석에
웅크리고 앉아있는 남자는
밤이 깊도록 잠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
다음날 아침.
광에서 쌀을 가지고 나오던
은심은 남자가 벗어놓은
신발이 없어진 걸 발견한다.
방안에도 그가 없다.
은심은 곧장 안방으로 달려가
장농문을 열어보고 사색이 된다.
은심 : "아까 우리가 자는 사이에
여기 들어왔다 갔나?"
비료구입을 위해
김회장이 은심에게 맡겨놓은
돈이 없어졌다.
은심 : "없어졌어요~
돈! 돈이 없어졌어요~!
건너방에 사람도 없어지고
신도 없어졌어~
이걸 어째요~
한 두푼도 아니고
이 많은 돈을 이걸 어쩐대~"
노할머니 : "아니 얘~
니가 거기에 넣어둔 게
틀림이 없어?
아 자세히 찾아보고 얘길해~"
은심 : "영애 아버지가
어제 틀림없이
저쪽에다 넣어놨잖아요~
영애 아버지가~~
내가 이런 일
생길 줄 알았어~
그저~ 누구든지 사람 데려다
재우는 거 좋아하길래
내가 언제 한 번
이런 낭패볼 줄 알았다구
내가~"
사실 그 돈은 어제 김회장이
은심에게 잘 넣어두라고 했었다.
[어제 낮]
김회장 : "이거 어따 잘 넣어둬"
은심 : "이 큰 돈을
집에 둬도 될까 모르겠네~
아침에 영남이 잠바도 없어지고
뭐가 자꾸 없어진다잖아요~"
그러나 은심도 김회장도 경황이 없어
어제 일을 기억하지 못하고 있다.
잠시후 영남과 수남이
마을을 떠나고 있는 남자를 발견해
집으로 데리고 돌아온다.
남자 : "없어졌다는 돈은
전 정말 모릅니다~
믿어주세요~
제가 여기와서까지
도둑질은 하지 않았습니다."
김회장 : "그러믄요.
저 그 얘긴 잊어버리십시오.
저 우리집 사람이 뭔가
착각을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은심 : "아니에요 내가~
영애 아버지가 여기 넣.."
김회장 : "당신 잠자코 있어
아이고 참"
남자 : "믿어주세요.
전 정말 아닙니다~"
김회장 : "네네.
돈 얘긴 잊어버리시구
뭔가 어려운 일이 있으면은
저희집으로 찾아와 주십시오.
한 사람 보다 두 사람이 나은거구
혼자 알고 있는 거 보다
여럿이 의논하는 게
좋은 일이니까요. 그렇게 하세요"
남자 : "아 예.."
은심은 남자에게서
의심을 거둘 수 없다.
얼마후 은영이
힘없이 마을을 떠나는
남자를 따라잡는다.
은영 : "저기요~
이거 입고 가세요~
남자 : "아이고.."
가세요~
힘내시고 잘 사세요~
저 그럼"
점퍼를 입는 남자의 얼굴이 환하다.
조금 전 일로
상처받았을 남자는
은영덕에 몸도 마음도
따뜻해져 돌아간다.
그시각 은심은
남자를 그냥 돌려보낸
김회장을 원망하고 있다.
요즘처럼 어려운 시기에
그 큰돈을 잃고도
남자에게 관대하기만 한
남편때문에 속이 터진다.
그런데
씩씩대며 방을 나서던 은심이
멈칫하더니 갑자기 서랍장을 열어본다.
은심 : "어머나~ 어머 이걸 어쩐대~
내가 돈을 여기 옮겨놨네~"
김회장 : "이런~ 이게 무슨
어디서 쥐고기를 먹었나
왜 이래 이 사람이!"
은심 : "아이구 여보 이거 어떡해요~
아이고~ 아이고~ 여보 어떡해
내가 큰 죄를 졌네~
세상에 평생에 한 번 친절하게
해 준 사람 찾아왔다고
그런 사람한테 도둑 누명을 씌웠으니
이 죄를 어떻게 받나 그래~
아이고 어떡해 여보~
큰일났네~"
그때 노할머니가
김회장을 방으로 부른다.
남자가 새벽에 나설때
놓고 간 모양이라며
편지 봉투를 건넨다.
그 속엔 그가 한 푼, 두 푼 모았을
삼십 사만 오천원이 찍힌 수표와
편지가 들어있었다.
남자 : "교도소에서
목공일을 하며 번 돈입니다.
돈으로 은혜를
갚을 수 없는 노릇이지만
크신 은혜를 갚을 수 있을만큼
큰 돈도 못되지만
이렇게 밖에 은혜 갚음을 할 수 없는
저를 용서하여 주십시오."
김회장은 혹시
남자를 찾을 수 있을까 뛰어나가 봤지만
이미 남자는 떠난지 오래다.
은심 : "아이구 이런
낭패가 있어 그래~
멀쩡한 사람을
도둑으로 만들었으니
이 일을 어떡하면 좋아.
내가 내 마음이 아니었나봐요
여보~"
김회장 : "아휴~
자기가 어떤 사람인 줄 모르고
그리고 다 살아가는 거야.
자기가 누군지도 모르면서
남을 의심하고
모르고 남에게
상처를 입히기도 하고
알고서
상처를 입히기도 하고
그치만 한 번
금이 가버린 도자기는
다시 원래대로
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아야지"
[배우 신국씨는
배우 국정환씨에 이어
866회 '복길이 마음은
누가 알아주지?' 편부터
복길의 직장 에덴사진관 사장으로
고정출연하게 됩니다.]
[에덴사진관 첫 번째 사장 역
배우 국정환, 1943~2012]
[에덴사진관 두 번째 사장 역
배우 신국, 1947~2020]
신국씨는 전원일기 초기부터
다양한 역할로 다수 출연하였습니다.
전원일기 560회(1992-03-03)
'숙이네'
소매치기를 당한
숙이네를 도와주면서
그녀와 인연이 된
돼지장수 박씨 역
633회(1993-08-24)
'오작교'
부녀회장의 고향 사람인 기택 역
669회(1997-06-07)
'물 때문에'
개발업자 역
734회(1995-10-24)
'농사'
버섯농장 주인 역
808회(1997-05-11)
'삼종지도'
금은방 주인 역
[재영이와 슬기를 비롯한 전원일기 아역 들]
[슬기네 이사온 날]
[슬기네 이사가던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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