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원일기 817회
이야기를 소개합니다.
방영일자 : 1997-07-13
[817회 이야기]
농약에 찌들어 흙속에 생명이라곤
하나도 남아있지 않은 것을 안타깝게 여긴
김회장은 거미농법을 해보고 싶어한다.
얼마후 시금치 하우스로 용식을
찾아가 거미농법을 해보자며
의견을 묻는 김회장.
용식도 거미로 논의 벌레를 다 없애고
청정한 논을 만든 농부의 얘기를
들어 잘 알고는 있지만
그런 논을 만들때까지 걸리는 시간과
인력을 감당할 자신이 없다.
거기다 시금치를 적당한 가격에
아직까지 넘기지 못하고 있어
머리속도 복잡해 짜증이 난다.
한편 김회장네에 경사가 생겼다.
용진이 부서를 맡은 이후 산불이
한 번도 나지 않은 공로를 인정해 도지사가
그에게 표창을 준다는 것이다.
크게 잔치를 벌일 생각에
가족들은 함박웃음을 짓지만
단 한 사람 소담만은 얼굴이 어둡다.
맥이 빠져 집으로 돌아온 소담은
반듯한 김회장네 용진과 용식을
부녀들이 칭찬하자 심퉁을
부리며 용식의 과거를 들춰낸다.
과거 포도나무집 선희와 떠들썩한
연애를 했지만 부모님의 반대로
헤어질 수 밖에 없었던 용식이
들국화 필 무렵만 되면 방황하는 통에
속 깨나 썩였다는 은심의 얘기를 들은
부녀들은 신선한 충격을 받는다.
[이번회에서는 은심이 용식과 선희의
결혼을 반대했다고 하지만 512회 '불도장'
편에서는 선희의 아버지가 극렬 반대해 두 사람이
이루어지지 못했다는 내용이 펼쳐집니다.]
무거운 발걸음으로 집에 돌아온
김회장은 용진의 표창소식을
전해듣고 기분이 좋아진다.
어려서부터 상이란 상은 죄다 받아 오던
용진을 생각할수록 기특한 은심.
그러나 김회장은 용식을 두둔한다.
김회장 : "상은 큰애가 더 많이 탔을지 몰라도
둘째가 골고루 뭐든 다 잘했어요~"
은심 : "그건 그래요~"
그시각 수남이 하우스에서
시금치를 포장하고 있다.
딴에는 아버지를 도우려는
기특한 마음이건만 용식은 그런
그에게 불호령을 내린다.
수남이만은 공부로 성공해
힘든 농사일을 되물림 하지
않길 바라는 마음에서다.
그도 그럴것이 온갖 농사일을
도맡아 하느라 한여름 땡볕에 화상을
입은 것처럼 등이 그을려 똑바로
누워잘 수 없을 만큼 고통을 느껴도
꾀부리지 않은 자신을 알아주기는
커녕 친환경 농법의 짐까지 지우려는
아버지에게 큰 서운함을 느끼기 때문이다.
얼마후 집으로 돌아온 수남의
다리와 엉덩이에 땀띠가 가득이다.
찜통같은 날씨에 자신들의
고생도 모자라 아들까지 저리 되니
순영과 용식의 속이 쓰리다.
순영 : "자~알 됐다!
공부하기 싫은데 핑계거리 생겨서!!"
용식 : "이게 뭐야 이놈아!
이게 뭐야 이게?!
그러길래 시키지도 않은
짓을 해 왜?!!"
은심 : "왜 그러냐?
왜 애를 때리고 그래?"
용식 : "뭐 그냥 저.. 아유~
말을 안 들으니 말이에요~"
은심 : "말로 타이르지
왜 애를 때리고!"
용식 : "앜!!!"
은심 : "내가 쎄게 때렸냐?
왜 그러냐?"
그깟 손바닥으로 살짝 맞았다고
지나치게 고통스러워하는 용식이
의아해 그의 등을 들여다 본
은심이 크게 놀란다.
시뻘겋게 달아오른 아들의 등을
발견한 그녀는 가슴이
아파 어쩔 줄 모르고
은심 : "아이구 세상에~
이런 것도 모르고 그저~
둘째야 약 쳐라~
둘째야 비닐하우스 봐라~
비닐에 구멍 뚫자.
아이고 어떡하면 좋니~
얼마나 쓰라렸냐~
미안하다~ 미안해~
난 니가 무쇤 줄 알고 그저~
둘째만 찾았으니.."
안 그래도 거미농법 얘기를
괜히 꺼냈나 싶어했던 김회장의
마음은 무겁기만 하다.
한편 소담이 해 준 선희 얘기에
부녀들은 시간가는 줄 모른다.
그런데 그만 순영이
그녀들의 얘기를 듣고 만다.
혜란 : "생각해봐요~
수남 아빠 술만 들어갖다 하면
오~ 나의 들국화여~~"
순영 : "누가 그래? 누구냐구~?!
우리 수남 아빠 오~ 들국화여
했다는 사람이 누구냐구?!!"
순영은 잔뜩 화가 나
그녀들에게 경고하고 돌아가고
곁에 있던 은심은 소담을 조용히 부른다.
소담 : "니가 말했지?
으이구~ 주둥아리.."
은심 앞에서 한없이 작아진 소담이
손이 발이 되도록 싹싹 빌고서야
은심의 화가 조금 누그러진다.
집으로 돌아온 순영은 조촐하게라도
잔치상을 차리느라 분주해야 할
집안이 조용하자 의아해한다.
사실 은영은 집안 분위기를 생각해
용진에게 중국집에서 손님을
대접하라고 했다.
그러나 순영에게는 불 앞에서
음식하는 것이 고역스러워
그러기로 했다고 둘러댄다.
순영은 자신들 때문인 것 같아
괜히 미안해진다.
한편 서먹서먹한 아버지에게
용식이 쭈뼛쭈뼛 다가가더니
시금치 절반을 장씨가 사가겠다고
했다며 반가운 소식을 전하고
김회장도 마침 오씨가 시금치
절반을 사기로 했다는
역시 반가운 소식을 전한다.
용식 : "아버지~
아깐 저 죄송했습니다.
제가 시금치 때문에
속이 상해서요.."
김회장 : "아니야 아니야~
무슨 얘길 그렇게 하니~
너 등허리 괜찮니?"
용식 : "예.."
낮의 일은 개의치 않는 듯자신을 걱정하는 아버지의 마음에용식의 콧잔등이 시큰해진다.
그날 저녁 퇴근해 돌아온 용진이
용식에게 웬 선물 하나를 내민다.
용진 : "용식아~ 고맙다.
다 니 덕분에 상타게 된거야~
집안일 니가 다 맡아서 해줘서
내 업무에 전념할 수 있었고"
용식 : "아이고~ 참 형두.."
용진 : "재수씨도 고맙구요~"
순영 : "아유~ 제가 뭘요~"
삼복더위 땡볕에 죽어라 일해봤자
알아주는 이 없다고 생각했던
용식과 순영의 마음이
용진의 고맙다는 한 마디에
눈 녹듯 녹아내린다.
그런데 얼마후 하우스를
둘러보고 온 김회장이
용식을 급히 부르더니
그가 팔기로 한 시금치의
일부가 사라졌다고 말한다.
아버지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하우스로 달려간 용식은 그의
말이 사실임을 알게 되고
그날 밤을 세워 하우스 앞을 지킨다.
다음날 아침.
용식이 어두운 표정을 하고
집안으로 들어선다.
또 도둑을 맞았다는 것이다.
값 나가는 고춧가루나 깨도 아니고
시금치를 것도 연달아 도둑을 맞다니
가족들은 황당하기 이를데 없다.
한편 마을에 도둑이 들끓는다는
소식에 주민들은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방범에 나선다.
모두가 잠든 깊은 밤.
김회장이 조용히 리어커를
끌고 대문을 나서고
얼마후 용식이 수남이를 깨워
하우스로 나간다.
수남 : "아니 그럼 시금치를
도둑 맞은 게 아니라
아버지가 시금치를 훔치셨다구요?
왜요? 왜 우리가
우리 걸 훔쳐요 네?"
용식 : "할아버지 때문에 그래~
이 시금치 말이야~
돈 들이고 시간 들여서
고생해서 지어 놨는데
아무도 사가는 사람이 없어가지고
뒤집어 엎어 버리게 됐다 그러면은
할아버지 마음이 편하시겠냐?"
수남 : "아~ 그래서 다 판다고
거짓말 하시고
다 갖다 버리시는구나~~"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거둬 낸 시금치를 과수원에 묻은
부자는 굳은 허리를 편다.
수남 : "이쯤이면 다 된 거 같은데요?
깨 도둑질 이후 딱 두 번째네"
용식 : "하하하 그래 나두 이놈아"
[수남, 당구장 외상값을 갚아야 한다!]
수남 : "아버지! 저 저 저기요~
할아버지~!"
김회장 : "어?! 너 웬일이니?
아니 아범까지 나왔어?!"
용식 : "아니 아버진 웬일이세요?"
김회장 : "나 저.. 낮에 다 다 허지
못한 일 때문에 나왔지.."
그러나 용식은 금새 눈치챈다.
아버지도 자신과 같은 이유로
야밤에 이곳에 있다는 것을.
김회장 : "둘째야~ 낮에 거미 얘기한 거
내가 잘못했다.
너 몸 고단한 줄도 모르고 말이야~
허나 넌 땅 가지고 땅에 묻혀서
평생 살 사람 아니니?
내일도 생각을 해야지~
이건 뭐 화학약품 때문에
지칠대로 지친 흙덩어리들.
화학약품 때문에 거칠대로
거칠어진 니 몸뚱아리 보고
니 벌~겋게 부어오른
니 몸뚱아리도 생각을 해야지~"
용식 : "저 그런 줄도 모르고 죄송합니다.
아버지 마음도 제대로 모르고.."
서로를 깊이 생각하는 마음을 확인한
부자는 비록 시금치를 팔지 못하고
땅에 묻을지라도 웃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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