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원일기 431회
출연진과 스토리를 소개합니다.
방영일자 : 1989-08-29
[431회 출연진]
청년들의 은사 : 변희봉 (1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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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1회 스토리]
일용 아버지의 제사를 앞두고
목욕을 다녀온 소담
쌍봉댁 슈퍼에서 복길 엄마가
소주 한 병, 양초 한 자루,
생선 몇 마리, 조미료, 두부,
콩나물을 사갔다는 소리를 듣는다.
소담 : 제사도 알량하게 지낼 모양이다.
쌍봉댁 : 제사 잘 지내면 뭐해요,
형식인데 성의만 있으면 돼죠.
청년들을 만나서 함께
인사드리고 올 사람이 있어
나가봐야 한다는 일용
일용 : 엄니, 우리 제사좀요,
일찍 지냅시다.
밤 12시 다 되서 지내지 말고
소담 : 그려 그럼 해지기 전에
다 해치워 버리자, 원
마을 청년들의 국민학교 시절
은사가 사별하고 서울 아들 집에서
살다가 아들들이 미국으로 가게 되자
선영과 부인 묘소를 지키러
마을로 내려온다는데..
이에 마을 청년들은 모여서
스승을 찾아 인사하려고 한다.
명석 : 아들이 미국가서 박사됐대.
응삼 : 지 아버지 여기 혼자 놔두시고
지는 혼자가서 출세하면 뭐해.
일용 : 사정이 있겠지,
그것도 모르고
이러쿵 저러쿵 하면 돼나.
제사상을 내리는 소담.
그런데 상다리가 부러져 있는데..
소담 : 애미야 상다리가 왜 이러냐
혜숙 : 저번날 도배하는데
의자가 없어가지고..
소담 : 누가 보면 음식을
하도 많이 차려서
상다리가 부러진 줄 알겠네
상다리를 고칠 공구를
빌리러 김회장의 집에
혜숙이 다녀가고
노할머니 : 일용 아범이
벌써 한 살을 더 먹는구나
은영 : 저승에서도
나이를 먹어요?
은심 : 그렇게 궁금하면
가서 물어봐라
그날 저녁 김회장의 가족들이
모여 퇴직한지 5년 된
용식의 은사를 추억한다.
김회장 : 애들한테 큰소리 안 치고
민주 교육을 시킨 분이셨다.
용진 : 선생님과 학생은 1대1로
동등해야 한다고 주장하셨죠.
은심 : 좀 이상한데도 있었어,
애들이 제멋대로 버릇없이
군다고 말이 많았잖아요.
김회장 : 학생들한테도 예하고
공대를 쓰셨던 분은 그 양반 하나셨다고,
금동아 요즘에도 그런 선생님 계시냐
금동: 아뇨, 요즘엔
호랑이 선생님 밖에 없어요.
한편, 일용네는 제사 준비에
여념이 없다.
소담 : 수고했다, 너는 코빼기도
모르는 양반 매년 하루씩
이렇게 북새통을 떨어대니
혜숙 : 뭘요, 올해는 변변히
차리지도 못했는데요.
소담 : 접시에다가 쌀 요만큼만
담아 갖구와
복길 : 정말 와요? 할머니?
소담 : 그럼 오지 정말로 온다
복길 : 할아버지가 여기까지
어떻게 요세요?
소담 : 뱡기 타고 온다 뱡기
복길 : 우리 동네에 비행장이 어딨어요?
소담 : 잠자리 비행기 타고 샥 오신다.
혜숙 : 이거 뭐하시게요?
소담 : 이거 여따 놓으면은
할아버지 이따 왔다 가신 거
표가 나는데
어떻게 아냐면
할아버지가 새가 되갖고
훨훨 날아와서 여기
새발자국이 생긴다.
은사의 집에 모인 청년들은
은사와 대화를 나누고
은사는 특히 일용과 관련된
추억을 이야가하는데..
청년들의 은사 : 일용군 자넨
아버지 잘 모르지?
일용 : 네 아버님에 대한
기억이 통 없습니다.
그래서 아버님이 그립다거나
그런 생각이 든 적이 없어요.
그래서인지 제사도
형식적으로 지내게 되고요.
은사 : 그래 솔직한 얘기네.
대부분의 자식들이 사실
부모님에 대해서 잘 몰라.
더구나 일용군은 아주 어려서
아버님을 여의었기 때문에
특별한 추억도 없겠지.
은사 : 그 때가 봄이었나, 여름이었나
학교 수업이 끝날 때쯤 되었는데,
비가 억수같이 쏟아지고 있었어.
자네들 우장아나?
요즘같이 우산이 흔치 않은
시절이라 볏짚을 엮어서
우산처럼 쓰는 게 있었어.
누가 교실 밖에서 그 우장을 쓰고
기다리고 계시더란 말이야.
그래서 누군가 했더니
바로 일용군 어머니셨어.
행여나 자식이 비를 맞을새라
그 책가방에 비를 맞을까봐서
옆구리에 꼭 끼시고
일용군 자네를
우장으로 감싸고
자기는 비를 철철 맞으시면서
운동장을 걸어가는 뒷모습이
내 지금도 눈에 선해.
저녁 늦게 돌아 온 일용.
제사를 지내기 시작하는데..
복길 : 엄마 새 발자국!
혜숙 : 어머나, 이거 봐요.
쌀대접에 새발자국이 생겼어요.
아버님이 오셨다 가셨나?
한 밤 중 잠 못 이루는
김회장이 적적해한다.
김회장 : 둘째 녀석은
왜 이리 일찍 건너가.
둘째네 좀 갔다 올까?
은심 : 지금 밤 11시인데 무슨
김회장 : 벌써 11시가 됐나
은심 : 잠 안 오면 들어가서
나랑 얘기해요.
김회장 : 당신하고 무슨 얘길해.
은심 : 무슨 얘기 해드릴까.
나무꾼하고 선녀얘기 해드릴까?
밥 그릇에 새발자국이 생겼다는
복길네 이야기에 마을 부녀들의
빨래터가 떠들석하다.
귀순 : 그냥 쌀이 저절로 흩어져서
발자국 모양 같이 보인거겠지.
혜숙 : 아니야, 분명히
새발자국이었어.
섭이네 : 나도 어렸을 때
우리집 제사에서 본 거 같애
혜란 : 까마귀가 돼서
온 사람도 있고,
참새가 돼서 온 사람도 있고
그런가봐요.
희옥 : 우리도 다음 제사 모실 때는
그렇게 한 번 해봐야겠네.
섭이네 : 그러다가는 동네에 우글우글
귀신이 쏟아져 나오겠다.
소담 : 부모들은 간이라도 빼서
자식 키울려고 하는디.
자식이 아파봐, 우리 부모가
어디 잠 한 숨 제대로 자요.
부모 아픈디 잠 안 자는
자식 어디 있습디까?
김회장네 마실을 갔다가
점심 때가 지나서 온
소담에게 일용이 한 마디 한다.
일용 : 엄니, 마실을 가시더라도
시간은 우리 시간에 맞춰주세요.
소담 : 먼저 먹지 그랬냐.
일용 : 엄니가 안 오시는데
어떻게 우리끼리 먼저 먹어요.
소담 : 미안하다.
일용 : 그래 알았다 그러면 됐지
미안하다가 뭡니까.
소담 : 그려 알았다.
일용 : 엄니 가을 바쁜일 끝나면
내 온천 보내드릴게.
소담 : 온천? 미쳤냐?
일용 : 아들이 보내드릴 때 가셔야지
아들 체면이 뭐가 됩니까?
소담 : 그려 알았다.
청년들의 은사가
김회장의 집을 찾는다.
은사 : 시시때때로 변하는데
이댁만 변함이 없습니다.
김회장 : 여기도 불편한게 많아서
집을 한 번 짓는다고 생각했었는데
번거롭구 그래서 그만.
은사 : 집 새로 짓는다는 것
전 마음에 안 듭니다.
옛날 고향같은 생각이
안 들 것 같애요.
노할머니 : 그래도 그 자손들
있는데로 가셔야죠.
혼자서 불편해서
어떻게 지내실려고.
은사 : 불편하기는요.
저 지금 이렇게 거동하겠다.
매달 이렇게 미국에서 생활비 오겠다.
이렇게 고향 어른도 계시는데
제가 뭐가 불편하겠습니까?
한 편, 섭이아버지가 종기아버지와
쌍봉댁의 전남편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다.
섭이아버지 : 조씨 있죠?
우리 마을에서 가게하는
쌍봉댁 전 남편 말이에요.
종기아버지 : 그게 무슨 남편이여,
이혼한 지가 언젠데.
부녀회장 : 애 못 난 다고
조강지처 버리고
새장가든 남자 소식은
들어서 뭐해요?
종기아버지 : 서울에서 새 장가 들어서
잘 산다는 소문이 있던데?
섭이아버지 : 죽었대요.
작년에 교통사고로 죽었대요.
은심 : 영애아버지도
나 먼저 죽으면 그럴 수 있어요?
김회장 : 아들네 집에 가서
편하게 살지 뭐하러 그래
은심 : 하긴 무덤 지킨다고
내가 알기를 할 거야 뭐 할거야
김회장 : 그럼 무덤이야
자식들이 지키는 거지,
난 당신이랑
나란히 누워 있을텐데.
은심 : 영애아버지, 우리는 서로
혼자 살게하지 맙시다.
김회장 : 가도 내가 먼저 갈텐데.
세 부녀가 모여 쌍봉댁의
전 남편에 관한 이야기를 나눈다.
부녀회장 : 죽고 나서 보험금이
5천만원이 나왔는데
그걸 먹으려고 후처하고
조씨 동생들하고 머리가 터지게
싸움이 붙었다잖아.
숙이네 : 그 소리 들으면
쌍봉댁 시원하겠다.
부녀회장 : 그럼 한이 맺혔을텐데,
쌍봉댁은 두 다리
쭉 뻗고 잘 거야.
오죽하면 조씨 제사
지내주는 사람이 없대.
후처가 보험금 챙겨서 도망가고,
또 잽사게 어떤 남자한테
시집 가버렸대잖아.
소담이 복길이에게 아이스크림을
사주면서 한 마디 한다.
소담 : 복길아. 이거 다
느그 엄니 아버지가 뼈가 빠지게
일해가지고 사먹이는겨, 잊지 말어.
니가 알긴 뭘 알겄냐.
쌍봉댁, 그 소리 들어서
속상해서 그러고 있는 거여.
쌍봉댁 : 정도 없이 살다가 헤어졌는데
기분이 좋고 말고 있겠어요.
제사를 마치고 아버지 무덤에
다녀온 일용이 엄니와
아버지에 대한 추억을 곱씹는다.
일용 : 아버지가 나 두 살 때
업고 가시다가 봉변 당하셨대매?
소담 : 그 때 너 업고 가다가
아버지 새 옷에다가
설사똥을 싸버렸어.
그랬는데도 아버지는 좋다고
어이구 이놈 하면서
결혼 때 해 입은 새 옷 보다도
너 아픈 걱정을 더 하면서
약 먹어야겠네 그래 싸셨다.
그거 뿐이냐
과자 한 봉지를 잠바 속에
넣어 갔고 오다가 잃어 버렸어.
그걸 도로 찾겄다고 왔던 길
쪼로로 두 시간을 찾아 헤매다가
못 찾고는 멕이 빠져갖고 돌아와서는
그 마음 약한 분이
너보고 미안하다 하면서 울어.
그 때는 우리 형편이 남처럼
돈 주고 과자 하나 사먹일 수 없었지.
얼마나 그게 한이 맺히고
가슴 아팠으면 그리 애를 태웠겠냐.
소담이 떡을 돌리러 쌍봉댁을
찾아 갔는데 제사를 지내고 있다.
소담 : 이게 죽었다는
조서방 제사상이구만,
뭐하러 채리줘.
쌍봉댁 : 아무도 찬물 한 그릇
떠주는 사람이 없대잖아요.
[쌍봉댁의 이야기]
소담이 김회장네로
마실을 오고
노할머니 : 일용 아범 제사상
쌀 위에 새발자국이 나왔다면서.
소담 : 그짓말이여, 그짓말.
순영 : 봤다는데요, 복길 엄마가.
소담 : 내가 장난하느냐고
손가락으로 이렇게 해놨어.
은영 : 그런 것도 모르고
우린 깜짝 놀랐어요.
은심은 김회장에게
책을 읽어주고 있는데..
은심 : 이렇게 제법 화려한 시를
읊어주고 있는 것이다.
김회장 : 아이구 왜 이렇게 더듬거려.
못 알아 듣겠어 무슨 소린지.
은심 : 왜 이리 침침하지.
김회장 : 안경을 쓰고도 안 보여?
은심 : 너무 오래 읽어서 그런가봐요.
김회장 : 이리 줘봐, 내가 읽을게.
김회장 : 어젯밤에 꿈에서
젊은 스님을 만났다..
당신 듣고 있는 거야?
이루와. 베개 같이 베고 누워.
은심 : 망칙하게.
김회장 : 아무도 없잖아.
은심 : 아이구 싫어요.
김회장 : 누우라니까 그래
은심 : 싫다니까요.
김회장 : 그럼 나 안 읽어.
은심 : 아유 내가 읽을게.
은영 : 수박 갖고 왔어요.
은심 : 왜 놀래구 그래.
깜짝이야.
김회장 : 놀래긴 뭘 놀래.
지가 놀래구선.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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