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원일기 914회(1999-06-27)
'며느리'
무슨 일인지 수심 가득한 표정의 은영
영남의 일인 듯 보이는 일로 속상해하고 있다
밤새 뒤척이다 늦잠을 자버린 은영
은심이 깨우는 소리에 놀라 일어난다
이유를 알리 없는 은심
"너 이제 새벽잠 없어질 때 안됐니?"
"죄송해요 어머니
서두를게요"
"창문이 훤한데 어떻게 잠이 오냐"
수남이 학교에서 재배한 농산물을
인터넷에서 가장 높은 값으로
수출하게 되어 상을 받게 됐다는
순영의 말에도 시큰둥한 반응인 은영에
순영은 당황한다
돼지 파동으로 돼지를 키우지 않으려 했지만
목돈을 만들기 위해 다시 돼지를 키우게 된 일용네
일용이 친구의 부고로 문상을 가자
대신 돼지 먹이를 얻어오는 혜숙
돈을 부쳐달라는 종기의 부탁을 받고
읍내로 나가는 부녀회장에게
물 좋은 생선이 있으면 사달라고 부탁한다
"갈치도 좋구 자반고등어도 좋구요
어머니가 입맛이 없어 하시는 것 같아서요"
복길 엄마의 뒷모습을 흐뭇하게 바라보는 부녀회장
"저런 며느리 읎지 읎어"
아침부터 작은 소동을 겪는 슬기네
대청소용 유리창 걸레를 챙겨달라는
슬기의 말을 깜박한 채
왜 미리 얘기하지 않았냐며
슬기를 타박하는 민자에게
잘못은 본인이 해놓고 아이 탓한다는 상태
"슬기야 학교 가있어~
작은 엄마가 가져다줄게"
"아이고 욕봤다 시장허지"
된장찌개를 끓여 상을 봐놨다는
소담에 몸 둘 바를 몰라하는 혜숙
"아이 엄니~~"
"아이고 그럼 어떡하냐
며느리 실~~컷 부려먹고
밥도 한 끼 안 차려 주는 시어미 되기 싫다"
그때 혜숙에게 걸려온 전화 한 통
육촌 오빠의 딸이 시집을 가게 됐다며
전화를 걸어온다
미안하지만 바빠서
가지 못하겠다며 전화를 끊는 혜숙에게
집안 대소사인 결혼식에 다녀오라는 소담
"예 엄니"
"세상에 그런 나쁜 사람이 어딨냐?!"
영남이 원하지 않는데도 자신의 밥값을 대신
낸 누군가 때문에 곤욕을 치르고 있는 영남
"그래~
오빠가 친구랑 밥 먹다가
술 한잔하는데
그 사람이 한사코 내줬다는 얘기~
내가 아흔다섯 번 들으면 백 번이야"
법을 어긴 어떤 남자가 경찰인 영남을
매수해보려고 해도 안되자
향응 접대를 핑계로 협박을 하는 ㅈㅣ경에 이르렀다
영남은 부모님께만 이 사실을 알렸고
그 때문에 은영이 밤잠을 설쳐가며
고민했던 것이다
"아후"
아무리 그래도 절대 봐주지 말라는 복길
"먹는 식품 갖구 그러는 사람은
정말 나쁜 사람이야
절대 봐주지 마!"
"그래야겠지.."
막내 동생 은숙으로부터 아이를 낳았다는 연락을 받은 은영
어머니가 돌아가셨기에 더욱 언니인
은영이 보고 싶다며 꼭 와달라는 은숙
"막내가 막내를 보게 된 거구나"
"예~ 그렇게 됐네요"
산후조리해 줄 친정어머니도 안 계시고
은영까지 멀리 있어 어쩌냐는 은심
다녀오라고 은심이 먼저 말을
꺼내줬으면 하는 표정의 은영
그때
잠시 읍내에 다녀오겠다며
은심에게 허락을 받고 나가는
순영과 남영
그들을 바라보는 은영은 씁쓸하다
오랜만의 외출이 즐거운 두 사람
혼자서 가기 민망하고 쑥스러운 곳에
순영이 친 언니처럼 편해
같이 가자고 했다는 남영은
금동에게도 얘기하지 않고 나왔다는데..
빨래하는 은영에게 빨랫감을 더 보태주는 은심
"시침한 지 얼마 안 됐는데.."
여름이라 땀을 많이 흘리시는
할머니의 이불 시침을 새로
해드려야겠다는 은심의 말에
싸늘하게 식는 은영의 표정
풀 먹이고 다리고 복잡하고 힘들다며 말리는 할머니
푸짐하게 한 상 내온 혜숙
"맨날 이렇게 얻어먹기만 해서
죄송합니다"
"그런 말씀 마시고 많이 드세요"
젊은 나이에 위암으로 세상을
떠난 친구 때문에 상심한 일용
늦은 결혼에 아이들이 어려
더욱 안타깝고 허무하다는
일용이다
다이옥신이라는 물질이
소량에도 독성이 강해
암을 일으킨다며
힘들지만 제초제 없이
농사를 지어보자는
말이 오간다
병원에서 나오는 순영과 남영
기쁜 마음으로 산부인과를
찾았지만 임신이 아니라는 사실에
의기소침해있는 남영에게
다음엔 좋은 소식이 있을 거라며
맛있는 것 사줄 테니 기분 풀고
들어가자는 순영
실망한 남영을 그냥 데리고 들어가면 은영한테 혼날 거란다
"냉면 사줄까?"
그 시각 점심으로 냉면 끓이고 있는 은영
냉면 가게에 온 순영과 남영
신혼 초 밤에 냉면이 먹고 싶어
몰래 해먹다가 은심에게
들켰다는 순영의 얘기에
기분이 풀어진 남영
"우리 냉면 먹고 팥빙수 먹으러 갈까?"
은심은 남영이 없으니 금동에게
냉면을 먹고 가라 하고
거기다
할머니는 속이 좋지 않다며
밥을 찾으신다
은영을 지치게 만드는 상황들만 일어나고
부족한 냉면 끓이랴
새 밥하랴
혼자 정신없는 은영
까페로 자리를 옮긴 순영과 남영
팥빙수를 먹으니 또 과거가
생각난 순영은
수남이를 임신했을 때
팥빙수가 너무 먹고 싶어
밤중에 팥 아이스크림을 사 먹고 오다
은영과 마추쳤는데
은영이 아이처럼 아이스크림이나
먹고 다닌다며 혼냈다는 얘기를 꺼낸다
은영은 순영의 임신 사실을
몰랐다지만 순영은
눈물이 날 만큼 서러웠단다
임신했을 때 섭섭했던 기억들이
떠오르는 순영
남영이 임신을 하면 잘해주고 싶은 순영이다
"동서는 내가 섭섭하고
눈물 안 나게 해줄게"
"네"
협박하는 남자와 만난 영남
힘 좀 써보라며 좋은 게 좋은 거
아니냐며 영남을 물고 늘어지는 남자
그러나 거절하는 영남
"정 이러면 재미없어 알아서 하라구!"
반장 선거에서 샤프와 스티커를 준 친구를 찍었다는 슬기
그래서 찍었냐는 순길에
받고 안 찍으면 남을 속이는 거라는 슬기
"그럼 받지를 말았어야지!
너하고 안 놀아!"
순길은 화를 내며 먼저 가버린다
저 당시 발암물질에 대한 이슈가 있었던 듯
사진관에 찾아와
필름엔 발암물질이 없냐고 묻는 재영에
잘 모르겠다며 그래도 도시 사람보다
가공식품을 안 먹으니
훨씬 덜하지 않겠냐는 복길은
여성들은 기형아 출산의 우려가
있으니 인스턴트 음식 금지,
운동해서 땀으로 노폐물을 배출해야 한단다
운동을 하고 싶지만
일찍 일어날 자신이 없는 재영이다
이번엔 빨래 쉴 틈 없이 일하는 은영
너무 늦었으니 빨리 들어가자는 남영 그러나
"아이 괜찮아 이런 날은"
저녁밥 하기 전까지만
들어가면 된다는 순영
볼일 보러 나왔다 장 보러 온 부녀회장을 만난다
"큰 동서 따돌리고 둘이서 맛있는 거
사 먹으려고 나온 거 아니구?"
" 아! 아니에요!"
"그렇대두 괜찮어! 가끔 그런 재미도 있어야지"
"아저씨~ 네 마리 줘~"
"아저씨! 자반 싱싱해요?!"
혜숙에게 부탁받은 갈치를 소담에게 건네는 부녀회장
시어머니 위해 이런 부탁을
하는 사람은 복길 엄마밖에 없다며
맛있게 잡숫고 날마다 복길 엄마를
업어주라는 부녀회장
"아이구 그럼! 근동에 우리
복길 어미만한 며느리가 어딨어~"
"그거 아시면 이제 그만 좀 시키세요 시집살이~"
이런~!
무심코 던진 부녀회장의 말에
혜숙이 평소에 자신의 험담을
하고 다니는 걸로 오해하는 소담
순영이 만든 고등어 지짐을 칭찬하는 어른들
밥이 좀 고슬거린다는 할머니의 말에
어제는 질더니 오늘은 고슬한 것이
밥 짓다 딴생각한 게 아니냐는 은심
"고슬거려요?"
밥을 지은 은영은 괜시리 목소리가 작아진다
식구들은 웃지만 이래저래 심경이
복잡한 은영의 맘을 누가 알까?
순길이는 배고픈데..
정적만 흐르는 복길이네 밥상 앞
밥을 먹지 않겠다며 누워만 있는 소담
"엄니 좋아하는 갈치도 졸여놨는데
일어나 좀 잡숴요~~!"
"갈치 그거 먹고 시집살이
그만 시키라 이 말이냐?!"
시집살이 시킨다고 시어머니 흉을 보고
다녔냐는 소담의 말에 억울한 혜숙
혜숙이 아니라고 해도
믿지 못한다
"며느리 시집살이 고만 시켜요!
고따위 소리 하고 가게 만들어 왜!"
너도 머지않아 시어머니가 될 텐데
그러면 안 된다는 소담에
혜숙은 속이 터진다
"엄니~! 아이구~.."
"에이구~
여자는 출가외인이라더니
그 말이 똑 맞어
딸 같은 동생이 애를 낳았는데두
마음대로 가보지도 못하고
걔가 얼마나 서운해할까"
당장 내일이라도 가보라는 용진이지만
영남이 마음에 걸리는 은영
"오빠! 정말 아무 일 없이 끝난 거 맞어?!"
"그 사람 상습범이었다나 봐"
기회가 생길 때마다
군청 직원이나 경찰들에게 밥값, 술값을
대신 내주고 자신이 곤란에 처하면
협박을 했다고 한다
일이 잘 해결된 기념으로
점심을 사겠다는 복길에
친구와 약속 있다는 영남
"안돼~~~"
그 친구가 점심을 사고
나중에 곤란한 부탁을 하면
어떡하냐며 자신이 같이 가
돈을 내주겠다는 복길
마음고생에서 해방된 영남
"걱정 마세요~ 잘 해결됐으니까요"
영남의 전화를 받고
안심이 되는 은영은
동생의 꼭 오라는 말이 떠오른다
"참~~ 그 얘기를 뭘 그렇게 어렵게 하냐~"
"얼마 전 오빠 일로 친정 다녀오고 해서
어머니께 말씀드리기 죄송해서요"
"그 일은 그일이구
이 일은 이일이지
누가 들으면 내가 굉~장히
나쁜 시어머닌줄 알겄다
근데
열이레가 조부님 제산데
언제 올 거야?
그 일 때문에
말 못 한 거 아니야?"
은영이 대답을 망설이자
놋그릇이나 닦아놓고 가라며
나머지는 순영과 남영을 데리고
해놓겠다는 은심
"감사해요 어머님"
"감사하긴
갈 일이니까 가는 거지"
소담에게 해명하러 온 부녀회장
"복길 할머니 제~발 저를 믿으세요~
행여라두 복길 엄마가
시어머니 흉보면서 그런
부탁을 했다면은 제가
그런 농을 못하지요
아~예 사다 주지도 않구요"
"치~"
복길 엄마만한 며느리 없다며
복 많은 줄 알라는 부녀회장에
알고 있다는 소담
"그러니까 공연히 며느리 잡지 마시고
아침진지 드세요"
"며느리 잡지 말라니!"
또 말이 헛나간 부녀회장
"그러니까네
동네에서 인쟈 내 흉보는 거는
복길 어미가 아니라
종기 엄니구먼! 종기 엄니여!"
"예~ 바로 저예요~"
"으이구"
조카에게 줄 아기 옷을 고르며 행복해하는 은영
은영이 시집와 처음 친정 가는
사람처럼 들떠 보인다는 용진
근래 들어 어제오늘처럼 활짝 핀
얼굴은 처음 본단다
"예쁜데~"
"헤헷"
"이거 당신이 산 게 아니구
내가 산 거라고 분명히 얘기해야 돼"
읍내에서 돌아오는 길에 조카의
결혼식에 가는 복길네와 마주친 은영
행복해 보이는 은영과 복길네
"안녕히가세요~"
"어~그래
아유~~ 보기가 좋네~"
제사를 앞두고 윤기나게 놋그릇을 닦는 김회장네
혜숙이 밭고랑에 심어 수확한 옥수수를 쪄온 소담
"버릴 데가 없어
밭고랑도 놀리는 법이 없으니"
혜숙을 칭찬하는 은심에
"아 복길 어미야 없고 다녀도
시원찮치 없고 다녀도"
며느리 자랑에 기분좋은 소담
소담의 넘치는 며느리 자랑에 웃음 터지는 사람들
그나저나 은영에
친청 조카 보러 안 가냐 묻는 소담
"이거 다~~ 닦아놓고 내일 가요~"
나름 며느리 자랑하려고 한 은심이지만
부잣집 맏며느리 뭐 먹는 거 없이 일만 바쁘다더니
"복길 어미야 뭐 아무 문제 없어~
내 밥만 휘까닥 허믄
갸는 언제든 후까닥 외출이여"
소담에게 1패
^^
모두가 잠든 밤 갑자기 켜지는 안방불
저녁을 잘못 먹었는지 몸이 좋지 않은 김 회장
약을 먹었으니 나아질 거라며
병원엔 가지 않겠다고 한다
"너 왜 안 자냐?"
아버지가 걱정돼 조카는
돌 때나 가서 보겠다는 은영에
"가~ 괜찮어~내가 있잖어"
한사코 돌때 가겠다는 은영
"그래
얘나 지금이나 집안에 무슨 일 생기면
맏며느리는 꼼짝도 못 한다
궂은일엔 방패막이고
좋은 일엔 뒷전이고..
그래서 어른 노릇 맏이 노릇이
힘들다고 안 하냐~"
"어여 들어가 자~"
"어머니 먼저 주무세요~"
어두운 밤 은영의 작은 한숨 소리만 마당에 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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