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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원일기/전원일기 에피소드

전원일기 472회 - '황혼'(보약과 쌍화탕)

by lesserpanda123 2023. 3. 8.

 

방영일자 : 1990-06-12

[MBC 전원일기 연출 : 권이상, 극본 : 김정수]

새벽닭이 울고 천근만근인 몸을

억지로 일으키는 김회장네 사람들.

 

 

바쁜 일철 무리한 탓에

여기저기 안쑤신데가 없고

은영은 또 코피를 쏟았다.

고양이 손이라도 빌리고 싶다는

바쁜 모내기철이라 모두 논에 나간 사이

노할머니도 나서 식사준비를 돕는다.

은영은 통 밥 먹는 것도 시원찮고

입술은 다 부르텄다.

 

게다가 코피까지 여러차례 쏟았다니

은심은 은영을 더 두고 볼 수 없어

약을 지어 먹이기로 한다.

 

소담 : "아 일 바쁘다더니 어디 가요?"

 

은심 : "예~ 약 좀 지을라구~"

 

소담 : "할머니 편찮으셔?"

 

은심 : "아니~"

 

소담 : "그런데 웬 약?"

 

은심 : "나 보약 좀 먹을라구요~"

 

소담 : "치"

소담은 은심의 말을 곧이듣지 않고

노할머니에게 놀러갔다

며느리가 약을 지어올테니

건강을 생각해 열심히 드시라고 한다.

얼마후 은심은 인삼에 두충, 녹각까지 든

은영의 보약을 지어 온다.

 

돈이 부족해 노할머니 것은

쌍화탕으로 지어왔다.

 

은영은 자신이 먹을 보약이라하니

몸둘바를 몰라한다.

 

은영 : "제가 무슨 보약을요 어머님~"

 

은심 : "아무 소리 말어~

너 먹어야 한다."

 

은심은 노할머니가 아시면 섭섭해할테니

조용히 소문내지 말고 혼자 먹으라며

신신당부한다.

그날 저녁 노할머니는

방에 들어온 김회장에게 한 마디 한다.

 

노할머니 : "물은 아래로 흐르고

송곳도 끝부터 들어가는 법이다.

 

일에는 순서가 있다 그 말이야~

 

걔가 아주 몸져서

누워있다면 모를까

 

약을 지어오려면은 아범것부터

지어다 먹이는 게 옳지~

 

아니 그게 무슨 짓이야~"

 

노할머니는 자신에게

쌍화탕을 지어다 준 것 때문인지

아니면 힘들어하는 아들이

손주며느리보다 못한

취급을 받는다고 생각해서인지

몰라도 단단히 화가났다.

안방으로 건너 온 김회장은

외상으로라도 노할머니의

보약을 지어왔어야 한다며

은심을 나무라고

그 시각 노할머니는 괜히 쌍화탕

말을 꺼냈나 싶어 후회중이다.

은심 : "어머님은 지금까지

보약 많~이 잡쉈어요~

 

그리고 안 할 말로 젊은 애

약을 먹여야 효과가 있지

 

어머님이 사시면 얼마나 사신다고

봄, 가을로 보약이에요~

맛있는 거 해드리고 그러면 되지~

 

아니 그런 말도 못 들으셨수?

노인네 보약 너무 많이 해드리면

돌아가실때 고생한다잖아요~"

 

 

김회장 : "시끄러 그만둬"

 

은심 : "낡은 기계에다가

기름 백~날 쳐봤자

새 기계에다가 기름을

쳐야지 안 그래요~

 

아유~ 그냥 편찮으시면은

그냥저냥 달래가면서 

사시는거지 어떡하라 그래~"

 

노할머니는 안방으로 건너오려다

은심의 말을 모두 듣고만다.

크게 노한 할머니는 다음날 아침

이제부터 밥을 반공기만 담으라면서

 

돌아가신 남편을 따라가겠노라고 말해

은심과 김회장의 마음을 불편하게 만든다.

얼마후 은심이 보약을 들고

노할머니 방으로 들어가지만

호되게 혼나기만 한다.

노할머니 : "니 말마따나 오늘 죽을지

내일 죽을지 모르는 나한테

아까운 돈 들여서 약 짓지 말구~

젊은 너희들 다 먹어~

그러고 천년만년 살아라~

어서 다들 나가~!"

김회장은 속이 상해 술잔을 기울이고

은심은 밭일을 하면서도 한숨만 푹푹 쉰다.

은영은 안그래도 고되고 힘들어
잠이라도 푹 자보는 게 소원일 만큼
이곳을 벗어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은데 자신때문에 은심까지
곤란을 겪고 있는 것 같아
분가하고 싶다며 눈물을 보인다.

보다못한 소담이 나섰다.

 

소담 : "시방 삼거리 난리났어요~

왜 난리가 났나하면은~

 

고부간에 싸움이 났는디 

아들이 자기 어머니허고 

자기 마누라하고 하~도 불화하니까

 

그것땜에 그냥 세상을 비관하고

농약을 탁~ 털어 마시갖고

초상났어요 초상"

 

노할머니 : "죽었어?"

 

소담 : "아들만 죽었으면

다행이게?

 

며느리까지 어떻게

얼굴들고 다니냐고

 

나머지 농약 남은 거

털어 마시갖고 며느리는

겨우 죽지는 않은 모양인데

 

그런디 세~상에 며느리하고 아들이

그런 효자, 효부가 없더래요~"

 

 

노할머니 : "아니 효자,

효부가 왜 싸워?"

 

소담 : "효자, 효부는 사람아니요?

 

아 열 번 잘하다

한 번 삐끗 섭섭하면은

그것 갖고 노여움 타는 게

나이든 사람들 아닙니까?"

 

노할머니 : "일용네가

지어낸 얘기지?"

 

소담 : "아니요~ 지어내긴?

나도 들었어요 소문으로..

 

할머니~ 화 풀으슈~

싹 풀어~ 회장님 시방

마음이 얼마나 괴롭겄어~

 

내가 다 미치겄어~

할머니 싹 좀 풀어 왜 그런댜~"

 

노할머니 : "아이고 참말로

나도 어서 갈데로 갔으면 좋겄어~

 

아무것도 별 일 아닌 것 가지고

그렇게 노여움이 나는지

내 마음을 내가 모르겠어~

 

이봐 일용네~ 내가 혹시 노망이 들어서

똥싸서 벽에 문대고 그 지경 되면은

내가 부탁하나 험세~ 

 

나~ 이 끈으로다가 아무도 몰르게

칭칭 좀 감어줘~

우리 아들, 며느리 고생 덜하게 응?"

 

소담 : "아 할머니 무슨 말씀을 하셔?!"

노할머니 : "약속해~!

약속을 하면은 내가 풀어질거구~

약속 안하면 안 풀어질거야~"

 

소담 : "약속할게"

 

노할머니 : "아이구~ 고맙네~

아유~ 인제 내가 마음을 놨어~"

그날 오후 김회장과 은심이

무거운 발걸음으로 집으로 향한다.

 

은심 : "영애 아버지~

집에 가서 어머님께 빌게요~

생각해보니까 내가

정말 잘못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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