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원일기 783회 이야기
성장한 양촌리 아이들
방영일자 : 1996-11-17
[763회 이야기]
과수원에서 쓸 신문지를 찾던 은심은
광에 보관해 두었던 신문지를 은영이
남에게 줘버렸다는 소리에 언짢아한다.
은영 : "아니 어머님이 아침에 그거믄
싸고 남겠다고 그러시길래
신문지 다 쓰신 줄 알았죠~"
은심 : "원~ 촌에선 신문지 한 장
사더래도 다~ 돈인데"
별일 아닌 일로 얼굴을 붉히는
은심때문에 은영도 순영도 당황스럽다.
그시각 소담은 돼지우리에 버려진
뭔가를 들고 역정을 내며 집으로 돌아온다.
볏짚을 엮어 고추를 말리기 위해
볕 좋은 곳에 걸어놓은 것인데
그것이 버려져 있어 잔뜩
기분이 상한 것이다.
고추와 짚 썩는 냄새가 진동을 하고
벌레까지 기어나오길래
두고 볼 수 없어 버렸다는 혜숙의 말에도
소담의 화는 가라앉지 않는다.
소담 : "우리 저 똑똑하고 야무지고
잘난 며느님께서 갖다버렸댜 저걸"
은심 : "참! 신문지 모아논 거 있으면
나 좀 줘요"
소담 : "신문지를 왜?"
은심 : "우리 잘난 과장 사모님이
동네 인심 쓰시느라고 다 줘버렸대"
소담 : "얘~ 너도 그렇다.
이런 걸 갖다버리면 어떡하냐~
벌레만 걷어내고 써야지~
만든 어머니 정성을 생각해야지~"
혜숙이 두 어머니의 질타에
잔뜩 기죽어있던 그때
김회장네 과수원에 음료수를 돌리러
갔던 복길이 돌아온다.
혜숙 : "너 일요일인데
어딜 그렇게 싸돌아다녀?!
집에 돼지밥이나 좀 챙겨주지않고!"
불똥이 애먼 복길이에게 튀었다.
남들은 커피 한 잔씩 하며 쉬는데
은영은 그사이 신문을 구하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길에서 만난 혜숙은 시집살이가
고초당초보다 맵다며 한숨을 푹푹 쉰다.
※고초당초 : 고초와 당초 모두
고추를 가리키는 말입니다.
그러다 혜숙으로부터 은심이 자신의 흉을
보더라는 얘기를 전해들은 은영은
어머니에 대한 실망감에 기운이 쭉 빠진다.
한편 은영은 아프다는 핑계로 식사를 거르고
은심에겐 노할머니의 불호령이 떨어진다.
노할머니가 입맛이 없을때면 찾는
참외지를 벌레 먹었다며
은심이 몽땅 버렸기때문이다.
김회장네 일을 돕고 식사를 대접받던 일용은
냉랭한 분위기에 밥이 코로 들어가는지
입으로 들어가는지 모를 지경이다.
얼마후 은심이 식혜를 들고 들어가
노할머니에게 용서를 빌지만
노할머니는 식혜도 은심의 사과도 거부하고
김회장이 맛난 음식을 해드린다고
해도 역정만 낸다.
노할머니의 노여움을 풀기 위해
참외지를 구해야한다.
은심은 수소문 끝에 숙이네로부터
간신히 참외지를 얻어낸다.
은심이 기분좋게 집으로 발걸음을 돌리는데
순만(종기 아빠)이 그녀를 불러세운다.
은영이 신문을 찾더라는 소리를
부녀회장(종기 엄마)으로부터 전해듣고
신문을 구해와 마침 만난 은심에게 건넨다.
순만 : "영남 할머니~ 큰며느님
시집살이 너무 시키지마세요~"
은심 : "우리 큰애가 뭐라고해요?"
순만 : "어머님이 신문을 다
남줬다고 해서 야단맞았다고
아주 한숨을 푹~푹 내쉬더랍니다.
저희 집사람 앞에서요.
저희들은 괜~히 신문 몇 장 얻어쓰고
미안해서 혼났어요~ 허허허"
한편 겨우 감정을 추스리고
기운을 낸 은영이
다시 은심에게 야단을 듣는다.
순만에게 전해들은 얘기로
은영은 시어머니 흉이나 보고
다니는 며느리가 되버렸다.
자신이 시집살이나 시키는
못된 시어머니가 된 것 같은 은심도
낭비가 심한 며느리가 된 것 같은 은영도
모두 억울한 마음이기는 매한가지다.
방으로 돌아온 은영은 눈물을 보인다.
대체 신문쪼가리 때문에
역정을 내는 은심이 이해되지 않는다.
순영 : "시집살이가 그렇죠 뭐~
밥 수북~이 푸면은
손 커서 그렇다 그러고
또 적게 푸면은 그 작은 손으로
이 큰 살림 어떻게 할거냐고 그러고
나무라자고 들면
뭔들 못가지고 그러겠어요~"
은영 : "아니야 아니야~
어머님 시집살이 시키실려구
저러시는 거 아니야~"
순영 : "그럼요?"
은영 : "나도 몰라~ 정말 왜 저러실까?"
그시각 겨우겨우 구한 참외지로 상을 차려
노할머니 방으로 들어간 은심.
그런데 노할머니가 코를 막고 거부한다.
그러더니 감주를 찾는다.
큰일이다.
남은 감주를 세 노인께 대접해 버렸는데..
순영이 급히 수남이를 시켜
감주를 사오라고 한다.
부녀들은 은심을 칭찬한다.
늘 시어머니의 까다로운 요구를 맞춰주고
순종해 집안이 편안하다고 말이다.
부녀들의 얘기를 듣고 혜숙이
소담에게 아침의 일을 사과한다.
소담은 자신이 아무리
돈 없는 뒷방 늙은이라고 해도
자신이 쓰던 물건 만큼은
상의를 해서 버렸다면
언짢아 할 일도 없었을 거라고 한다.
그제사 소담의 속내를 알게 된
혜숙은 진심으로 재차 사과하고
얻어 온 술떡을 소담에게 먹인다.
소담 : "술떡이라 그런지 술술 잘 넘어가네"
한편 식혜를 사러 갔던 수남은
보배와 노마의 다정한 모습을 보고
타는 갈증을 달래려 그만
식혜를 마셔버린다.
너무 늦게 도착한 식혜.
은심은 다시 노할머니에게 거부당한다.
은영도 은심도 어찌할 바를 모르고
속을 썩고 있다.
그런 그녀들에게 김회장과 용진이
각각 늙은 쥐 얘기를 해준다.
'옛날에 늙은 쥐 한마리가 있었는데
늙고 힘이 없으니 젊은 쥐들에게
늘 따돌림을 당했다.
누구하나 말을 걸어주지도 않고
물어보고 하는 쥐가 없으니 외로웠다.
그런데 그 마을에 마침 흉년이 들어
배고파진 젊은 쥐들이 이리저리
먹을거리를 찾으러 다니다
어느날 밥이 든 솥을 발견하고 기뻐했다.
그런데 그 솥이 돌 세 개 위에
올려져 있으니 너무 높아 도저히
훔쳐먹을수가 없었다.
그래서 젊은 쥐들은 현명한
늙은 쥐를 찾아가 방법을 물었다.
그랬더니 그 돌 세 개 중에 하나만 빼라
그러면 솥에 균형이 무너져 쏟아지니
그때 먹으라고 했다는 얘기다.'
모두가 잠든 그날 밤.
은심 : "얼음보다 차고
호랑이 보다 무섭던 어머니도
그깐 참외지 하나 허락없이 버렸다고
그게 그렇게 섭섭하셔서
절 골탕먹이셨어요?
이제 앞으로는요~
간장 한 숟가락 버리는 것도
숟갈 한 점 사는 것도 다~
어머님 허락받고 살테니까요~
어머님 노여움 푸세요~
노여움 푸시구요~
내일 날 좋걸랑 저랑 산에
도토리 주우러 가요~
어머니 묵 좋아하시죠?
김치 총총썰어 고명 얹어 놓으면
두 그릇도 잡수시잖아요~
이제 겨울되면은 땅속에 묻었던
독에서 동치미 꺼내 국수도 말아먹고요.
예~? 어머니~"
그때 역시 잠을 이루지 못하고 있던
은영이 무릎을 꿇고 은심에게 잘못을 빈다.
은영 : "첨에는 그깟 신문 하나
남준게 그렇게 잘못인가?
대체 왜 저러시나 야속하고 섭섭했는데
지금와서 생각해보니까 제가
크게 잘못했습니다"
은심 : "그러지마라~ 눈물빼지마~
남들이 보면 또 고약한 시애미
며느리 눈물 뺀다 그러겠다~"
은영 : "어머니~ 저도
도토리 주우러 갈래요~
김치 얹어서 두 그릇 말아먹을래요~
동치미도 꺼내서
국수 말아먹구요 어머니~
오손도손 살게요 어머니.."
은심 : "아가~ 울지마라 울지마~"
은영 : "어머니~"
은심 : "울지마~ 울지마라~"
[성장한 양촌리 아이들]
전원일기 개편 전 양촌리 아이들의 나이는
영남→ 복길→ 노마→ 수남→ 보배 순이었으나
(전원일기에서 복길은 1984년 1월 생이고
노마는 1985년 1월 생이지만
508회 '복길이와 노마의 입학' 편에서
국민학교를 같이 입학했습니다.)
5년의 시간이 흐른
781회 '공부할래? 농사지을래?' 부터는
영남→복길 순이고
노마, 수남, 보배는 같은 고등학교를 다니는
동갑으로 설정이 변경됩니다.
재동(개똥)은 1022회(2001-08-12)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편부터
대학생이 되어 등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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